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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 LOG

From Gray Boxes to an itch.io Playtest

A Korean development diary of Yanghwa Bridge: building combat feel, explosions, a nighttime battlefield, and mobile controls from a graybox prototype.
EchoPlayroom6 min read

“해줘” 하면서 게임 개발을 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몇 개의 게임을 만들어보면서 만드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망상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거다.

만들기도 전에 GOTY부터 생각했다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LLM과 한참 대화했다. 비슷한 게임이 있는지, 재미있을 것 같은지,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그러다 GOTY를 받으면 무슨 말을 할지까지 정하느라 반나절을 떠들고는, 개념을 확인할 데모 하나를 만들었다.

데모는 그냥 “이런 동작이 가능하다”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벌써 다음 DLC가 보였다. 또 이런저런 그림과 에셋을 모으거나 만들고 있었다.

한 턴 정도는 플레이할 수 있게 맡겨놓고, 얼추 나온 결과에 지적질을 조금 했다. 디자인도 구해서 갈아 끼우고, 플레이타임이 10~15분쯤 나오면 “이 정도면 게임 같은데?” 하고 자화자찬했다.

그렇게 갤에 올리며 세상에 슬롭 하나를 더 꺼내놓곤 했다. 어떤 조롱을 받았는지는 기억하지 않을래….

게시한 것만 열 개쯤, 안 올린 것까지 포함하면 스무 개 넘게 비슷한 과정을 반복했다. 몇 개는 게임이라고 하기 어려웠고, 뒤에 만든 것들은 모양은 갖췄지만 분명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조금 새로운 아이디어면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무적 치트키처럼. 하물며 그것도 나에게만 새로웠지, 그렇게 새로운 것들이 아니었다.

멍청하게도 한 달이 지나서야 이 생각을 했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뭘 재미있다고 느끼지?

이번에는 조금 작게 시작했다

요즘은 아이디어가 생겨도 대화를 길게 끌지 않는다. 비슷한 기존 게임이 있는지 가볍게 찾아보고, 어떤 플레이와 UI가 어울릴지 정도만 이야기한다. 물론 LLM과 이야기했다고 표절 여부가 확인되는 건 아니다.

클로드와 코덱스를 같이 쓰는데, 둘 중 하나에게 최소한의 샘플 기능부터 부탁한다. 종종 마누스에 크레딧이 남으면 첫 화면은 거기에도 시켜본다.

생각했던 느낌과 비슷하면 그레이박스로 화면을 만들고 기능을 조금씩 붙인다. 이번에 만든 조선으로 간 스나이퍼 외전 : 양화대교도 그렇게 시작했다.

차량 위에서 총을 쏘고, 앞에서 오는 적을 막으며 다리를 건너는 게임이다. 뒤에서는 괴물이 쫓아오고, 강에서는 배가 공격한다.

모델을 끈 비교 화면: 박스로 표현한 사수와 거인, 드론, 차량이 배치된 도로
모델을 끈 비교 화면. 공중에 떠 있는 것들은 비교용으로 놓아둔 배치다.

이때는 아직 “이런 게임입니다” 하고 설명하는 정도였다. 재미는 없었다.

최근에 본 말 중에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그레이박스에서도 재미가 느껴져야 한다”는 말이 남았다. 아직 나는 규칙 자체가 재미있는 건지, 효과 때문에 재미있게 느끼는 건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단 껐다 켰다 하면서 비교해 보고 있다.

에셋을 넣었는데도 허전했다

로우폴리 3D와 3인칭 시점으로 방향을 잡았다. CGTrader와 itch.io에서 무료 에셋부터 찾아 적용해 봤다.

앞의 모델 OFF 장면과 비슷한 구도에서 실제 차량과 사수, 거인 모델을 적용한 화면
같은 비교 장면에 모델을 넣은 모습. 아직 임시 도형도 섞여 있다.

이것저것 넣으니 아까보다는 나아졌다. 그런데 대교 위라는 배경 때문인지 좌우가 너무 허전했다. 몹을 아무리 때려 넣어도 허전함이 가시지 않았다.

무료 다리 에셋으로 좌우 시야를 채우니, 오히려 적이 많지 않아도 조금 풍성해 보였다. 그제야 보기는 나았다.

총도 처음에는 레이저처럼 나갔다. 격발할 때 화염이 나오고, 맞으면 반응하고, 쏜 뒤 조금 흔들리게 하니 점점 게임 같은 모습이 됐다.

사수의 자동소총 총구에서 화염과 빛이 발생하는 격발 효과 확인 화면
총구에 불이 붙으니 쏘는 느낌이 조금씩 달라졌다.

어두워지면 또 잘 안 보였다

지난 게임에서 많이 들었던 불만이 야간 플레이의 피로도였다. 이번에는 현대 배경이기도 해서 주변 조명을 많이 넣었다. 지금 보니 그래도 적 식별이 아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별이 보이는 푸른 야간 하늘 아래 가로등과 건물 창문이 켜진 강변도로 전장
노을을 지나 어두워진 강변도로.

차량 안에서 보는 시점도 조정했다. 앞이 너무 가려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옮겼고, 헤드라이트를 켜서 도로가 보이게 했다. 차 안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드니 이쪽도 꽤 마음에 들었다.

차량 운전석 창틀과 본네트 무장, 도로를 비추는 전조등이 보이는 1인칭 화면
운전석 시점을 맞추던 때. 지금과 단축키가 다르다.

당연해 보이던 효과도 하나씩 넣는 거였다

최근에 게임을 쥬시하게 만드는 법에 관한 글을 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게임에도 적용해 보고 싶어서, 쓸 만한 것들을 체크 시트로 정리했다.

내가 참고하는 게임 손맛 체크 시트

수치를 모두 이해하고 만든 건 아니다. 알려진 내용 중 수치로 정리할 만한 것들을 AI에게 정리해 달라고 했다. 당연한 소린가….

그렇다고 한 번에 다 넣지는 않았다. 이 게임에는 이런 효과가 필요하겠다 싶은 것부터 조금씩 넣고, 켜고 끄면서 느낌을 비교했다.

효과와 소리를 끄면 총을 쏴도 밋밋하고, 적은 그냥 사라졌다. 여기에 총구 화염, 반동, 총성, 피격 숫자, 폭발과 주변 충격, RPG 꼬리 연기를 더했다.

폭발 섬광 옆에서 차량이 들리고 기울어지는 충격 반응 시험 화면
폭발에 차가 들리는 걸 한참 보고 있었다.

게임을 할 때는 당연하게 보던 것들이 정말 한 땀 한 땀 넣어주는 거였다.

기준이 있으니 뭘 부탁할지 몰라 헤매는 시간은 줄었다. 하나씩 적용한 뒤에는 내 기준으로 “아, 이제 좀 게임 같다!” 싶었다.

많이 넣었다가 다시 뺐다

가장 크게 다시 손본 건 레벨업이었다. 난이도를 낮추고 보상을 자주 주면 좋아할 줄 알았다.

처음에는 적을 2, 4, 6, 8, 10명씩 잡을 때마다 보상 카드를 고르게 했다. 짧으면 몇 초, 길어야 20~30초마다 카드가 떴다. 직접 해보니 보상이 아니라 게임을 막는 방해물이었다. 적을 잡는 장면도 다 못 봤는데 선택창부터 나왔다.

성장 속도를 늦추고, 효과 중 체감이 작으면서 성능을 쓰는 것들도 다시 덜어냈다. 내 컴퓨터에서는 괜찮았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느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바일에서는 UI가 화면을 다 차지했다. 차량 정보를 줄이고 무기를 접고 나니 훨씬 나았다. 넣을 때보다 빼고 나서 좋아진 것도 꽤 있었다.

세로 화면에 최소 차량 상태, 접힌 무기 목록, 조향과 발사 버튼을 배치한 모바일 HUD
모바일 UI를 줄여본 390px 브라우저 화면. 휴대폰 촬영은 아니다.

그래도 다음 건 또 만들 것 같다

이번에 어려웠던 건 적은 비용으로 에셋을 구하는 것, 알맞은 사운드를 찾는 것, 그리고 레벨 디자인이었다.

특히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적정선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건 지금도 조금 반포기 상태다.

그래도 만드는 순서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부풀리고, 챕터와 아이템과 대사까지 잔뜩 준비해서 10~15분짜리를 냅다 만들었다. 구색은 갖췄는데 재미는 없었다. 남들도 그렇고, 내가 해도 그랬다. ㅋ

지금은 작게 만들어보고, 효과와 소리를 더해보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접는다. 적어도 내가 재미있으면 그때 조금 더 만들어본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게임의 DLC부터 고민하던 내가, 요즘은 총 한 발 쏘는 게 재미있는지부터 보고 있다.

이번 것도 남들이 재미있어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다시 켜서 몇 판 더 해보게는 됐다. 한 달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거겠지.

이미지는 개발 중 남긴 비교·검증 화면으로, 현재 공개판과 다를 수 있다. 모델 OFF 화면은 전체 효과 OFF 화면과는 다르다.

조선으로 간 스나이퍼 외전 : 양화대교 — 직접 플레이해 보기